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3분기 13조원에 가까운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자이익이 늘었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증가한 덕분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조6820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159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여기에 IBK기업은행까지 더하면 주요 시중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4조8723억원으로 늘어난다.
3분기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3조102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대출 자산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지난해 3분기 적립했던 추가 충당금 적립 효과 소멸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늘었다는 게 신한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어 하나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한 2조780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2위에 올랐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IB 수수료 증가, 유가증권 트레이딩 실적 개선 등 수익 다각화 노력에 따른 비이자이익 증대 및 견조한 영업력을 유지한 결과다.
KB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6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대규모 충당부채 전입의 영향이 컸다.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2조52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NH농협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1조65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IBK기업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2조1903억원이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발목을 잡힌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실적이 늘어난 배경에는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성장이 자리했다.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내리면서 은행권의 수익이 둔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대출 수요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은행의 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대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막차’ 수요까지 더해져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이면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실제 신한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전분기보다 0.04%p, 전년 동기 대비 0.07%p 낮아졌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대출이 전년 말보다 각각 11.5%와 8.6% 성장하면서 이자이익은 6조6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5.6% 증가했다.
기업은행도 “시장금리 하락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시현한 배경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통한 대출자산 성장과 비용 효율화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대출 시장 경쟁 격화에도 3분기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9조8000억원(4.2%) 증가한 243조6000억원, 시장점유율은 전년 말 대비 8bp 증가한 23.32%를 기록했다.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도 성장세를 나타냈다.
하나은행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IB 수수료 증가, 유가증권 트레이딩 실적 개선 등 수익 다각화 노력으로 올해 3분기 비이자이익을 7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끌어올렸다.
농협은행도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3분기 이자이익은 5조770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으나 유가증권 운용이익 등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은행권이 3분기 좋은 실적을 거뒀으나 이 같은 호황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지속해오던 은행업의 대출 성장이 내년에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2025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대출성장을 견인했던 가계와 대기업 부문은 가계대출 관리 지속, 직접금융시장 수요 증가 등으로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영 연구위원은 “NIM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대출 성장 둔화에 따라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개선, 신용위험 완화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 등으로 은행업의 수익성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일리e뉴스= 장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