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수출품 때린 트럼프
[김병호 칼럼]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수출품 때린 트럼프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5.02.12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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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뜨린 관세 폭탄이 한국 기업에게도 떨어지게 됐다. 한·미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고, 한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이라는 점에서 관세 부과 예외를 기대했지만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예외 없이 모든 나라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1차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고 곧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과 바이오 제품에도 같은 관세를 부과한다.

트럼프는 25% 관세에 서명하며 “단,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관세가 0%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미국에 물건을 팔아먹고 싶으면 미국에 투자하고, 공장을 세우고, 물건을 생산하라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발표된 포고문에는 한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호주, 브라질, 캐나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영국, 일본 등 집권 1기 때 25% 관세 예외를 적용했던 국가들이 포함돼 있는데 3월 12일부터 각국과의 기존 합의는 폐기된다.

트럼프는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강철 제품이 국가안보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했는데 안보 위협은 군사적인 위협보다 경제적인 손실을 끼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미국과 협상을 통해 별도 합의를 도출했고,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물량에 대해 무(無)관세를 적용받아왔다. 그동안 혜택을 봤는데 내달 12일부터는 한국의 모든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 물량에 대해 25% 관세가 적용된다.

예고한 대로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도 25% 관세가 부과되면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 모두가 높은 관세를 내야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25% 관세는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뚝 떨어뜨릴 게 분명하다.

한국만 예외를 바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순식간에 미국에 공장을 지어 물건을 생산할 수도 없다. 멕시코에 있는 가전 공장이나 자동차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려면 시간이 걸린다. 미국에 새롭게 투자해서 공장을 지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위안이 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이미 생산 중이라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미국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그나마 한 줄기 위안이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투하한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관세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2023년 기준 중국과의 교역에서 2794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어 멕시코 1523억 달러, 베트남 1046억 달러, 일본 711억 달러, 캐나다 678억 달러, 아일랜드 653억 달러, 한국 513억 달러 등이다. 미국이 볼 때 한국은 8위 적자국이다.

상황이 이러니 트럼프가 화를 낼 만도 하다. 대통령으로서 25% 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무역적자가 나면 어느 나라 대통령이든 적자 메꿀 방법을 찾을 것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자다. 건물을 짓고, 석유를 시추하고, 다리를 놓는 등 인프라 구축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열정이 바로 미국 우선주의이고,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하는 정책이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돌 하나를 던져 세 마리의 새를 잡는 ‘일석삼조’다. 외국기업의 미국 내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긴다. 제품을 수입하지 않아 싸게 공급한다. 관세 압박을 통해 한꺼번에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다. 미 언론은 이를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라고 부른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관세 전쟁도 시작되고 관세 폭탄도 터졌다. 세계가 트럼프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트럼프를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든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필자는 부럽게 생각한다.

트럼프가 자기 마음대로 관세를 부과해 세계를 흔든 것은 그가 배짱이 센 것도 있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국력의 힘이다. 막강한 경제력이고 막강한 군사력이다.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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