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후보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확정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끝까지 입찰 경쟁을 벌였던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입찰가에 밀려 결국 고베를 마셨다.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 역시 본 입찰에 참여했지만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금호산업의 결정은 '경험'보단 '돈'이었다. 애경 컨소시엄은 입찰 전부터 항공사 경영 경험을 강조하며 이번 입찰에 적극적이었다. 본 입찰 땐 '아시아나와의 시너지 시나리오' 자료까지 내며 국내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주항공을 보유한 자사가 인수해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제시했다.
가장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자금 부분도 본 입찰 전날인 지난 6일 한국투자증권과 손을 잡고 예상 입찰가인 1조5000억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의 '통 큰 베팅'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현산은 지난 7일 본 입찰에서 시장이 예측한 가격을 훨씬 웃도는 2조5000억원을 입찰가로 적었다.
애초 현산은 경험을 제외한 자금만으로 승부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산은 현금성 자산만 1조7000억원에 달해 부채 규모가 9조6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후보로 꼽혀왔다. 미래에셋과도 전날까지 협의를 통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금호산업도 입찰에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1~2주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관 달리 경쟁사보다 1조원 높은 금액을 써낸 현산을 단 5일 만에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금호산업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 협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여부와 상관없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조건부 승인을 걸고서라도 매각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다만 걸림돌이 남아 있다. 현산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에어부산을 다시 인수해야 한다. HDC그룹은 지난해 5월 HDC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출범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지배구조가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순으로 재편된다.
즉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손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증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지분 100%를 보유했지만 에어부산의 지분은 44% 그쳐 현산이 에어부산까지 인수하려면 나머지 지분 56%를 함께 사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어부산을 다시 매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게 된다. 현산 입장에선 에어부산 인수를 위해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현산 관계자는 "아직 우선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거론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