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어 수소까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 업체인 니콜라(Nikola)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한화그룹이 수소 사업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니콜라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33.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122억 달러에 달한다. 니콜라는 상장사 벡토IQ와 합병안을 승인받았다.
니콜라가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7억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두 회사는 2018년 11월 약 5000만 달러씩,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합병법인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투자에 나선 지 1년 6개월 만에 보유 지분 가치가 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18년 초 美 유망 벤처기업 발굴 과정서 니콜라 발견
당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정보 수집하고 창업자 만나
한화가 니콜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8년 초다. 미국 유망 벤처기업 발굴을 담당하는 현지 벤처 투자 전담조직이 니콜라 투자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계열사 간 논의를 거쳐 북미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한화에너지와 해외에서 친환경 융복합 사업 신규 진출을 추진하던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에 공동 투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러 계열사 중 두 계열사의 장기 성장 방향성이 니콜라의 사업 모델과 부합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한화는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 최종 결재를 위해서는 니콜라에 대한 정보와 수소 산업 전망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수집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10년간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은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현 한화솔루션 부사장)가 큰 역할을 했다.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선 것은 물론, 실무진과 함께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39)을 직접 만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니콜라의 사업 비전이 한화의 미래 사업 방향과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김 부사장과 밀턴은 지금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 주요 계열사는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른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은 수소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 보유 역량 극대화를 통해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기후변화 적극 대응을 위해 태양광은 물론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 기업가치 수직상승··· "1만4000대 넘는 수소 트럭 선주문 받아"
니콜라는 창업주인 밀턴이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9년 한화,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이베코 트럭 제조사)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배터리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니콜라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가 있으며, 현재 피닉스 인근 쿨리지에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부터 전기배터리자동차 판매를 시작으로 미국·유럽 트럭 시장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3년 수소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니콜라는 "이미 100억 달러가 넘는 1만4000대 이상의 수소 트럭을 선주문 받아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니콜라는 수소트럭 제조 외에 수소충전소를 조성해 수소 기반 물류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세계적 맥주회사인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 등을 수소트럭을 이용한 물류 대행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2027년까지 수소충전소 800여개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궁극적으로 수소에너지 기반의 자율주행 트럭으로 전 세계 물류 인프라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 니콜라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