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B737 맥스 운항 중단·코로나19에 직격탄
미지급금 및 임금 등 1700억원 해소 주체 두고 갈등
법정관리보다 파산 무게··· 이스타항공 직원 실직 현실화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간 인수·합병(M&A)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23일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M&A 불발은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항공길이 막힌 것과 이스타항공의 부채를 꼽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가는 695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12얼 31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연기했고, 한 달 후인 1월 31일에도 또다시 계약을 뒤로 미뤘다.
그러다가 올해 3월 2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며 전 세계 각국이 하늘길을 닫으면서 이스타항공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보잉사로부터 사들여 주력 기종으로 활용하던 B737 맥스 기종에 결함이 발견되면서 이스타항공은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반발하며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되면서 노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동남아 노선 또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거기에 유가마저 오르면서 노선을 운항할수록 적자가 커졌다.
이로 인해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바로 전에 모든 항공기의 운항을 멈췄다. 지난해 9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내상이 너무 깊었다.
제주항공의 인수 의사 표명으로 이스타항공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제주항공은 인수 전에 미지급금과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원을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손실은 제주항공이 떠안아야 한다고 맞섰다. 갈등이 첨예했지만, 양측은 물러서지 앉았고 결국 파국을 맞았다.
이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포기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가시화됐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 명은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법정관리보다는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회생 가능성인 높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를 놓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소송전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