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LG전자가 누적 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와 매각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이 같은 결정이 전기·전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쌓여가는 적자를 감수하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미미했다. 그렇다고 반등할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다른 기업이 스마트폰 부문을 인수하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인수할 기업이 없다면 ‘LG 스마트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는 삼성전자만 남게 된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국내 휴대폰 시장은 그야말로 격전장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팬택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기술로 무장한 팬택은 대기업 틈바구니에서도 나름대로 성적을 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문을 열면서 팬택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로 바뀌었고 '베가' 브랜드는 잊혀 갔다. 팬택은 마지막 스마트폰 '아임백(I’m back)'을 내놓으며 부활할 것을 다짐했지만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도 한때는 시장에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초콜릿폰'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은 예쁜 디자인에 매료돼 줄을 서면서 사려 했다. LG전자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고무됐지만 그 이후 별다른 생각을 내지 못했다. LG벨벳, 윙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디자인의 차별화는 이뤘지만 기술의 차별은 이루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AI비서와 DSLR에 버금가는 카메라로 무장했을 때 LG전자는 이에 대항하지 못했다.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지적돼온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해봤던 이들은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고 지적했었다. 잔 고장이 많다는 불만도 많았다. LG전자가 이를 개선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겠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고 그런 이들은 과감히 LG전자 스마트폰을 더는 선택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였던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잘 될 것이란 희망고문만을 갖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LG전자도 분명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많이 아프고 참담하겠지만 이를 통해 배울 것도 많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2등에 그칠 뿐 1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일본의 파나소닉과 수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곳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정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전문가들은 "필요 없는 물건에는 미련을 두지 말고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LG전자에게 스마트폰은 필요한 물건이었을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니 그 이전부터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붙들고 있었을 것이다. 결단을 내렸으면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