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챗GPT를 적용한 음성 비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초기에는 미국 일부 차량에서 베타 프로그램 형식으로 제공되며 향후 개선된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MBUX라는 이름의 음성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MBUX를 활성화하면 운전자가 직접 버튼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 제어, 네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자연어 이해 기술이 더해져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MBUX는 직관적인 작동과 대규모 명령 포트폴리오 수행이 가능하다.
이번 챗GPT 적용은 MBUX의 직관적인 작동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자연어 이해 능력을 더 개선하고 응답 주제를 확장한다는 것.
챗GPT는 다른 인공지능과 달리 사용자의 요청(메시지)를 개별 단어로 분해해 인코딩, 숫자로 변화해 처리된다. 이때 인코딩이 완료된 단어가 처리되는 곳이 '트랜스포머 네트워크'다.
트랜스포머 네트워크는 단순히 단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입력된 메시지를 분석해 다음에 올 단어에 대한 확률 분포를 만든다. 이 확률 분포에서 표본을 뽑아 가장 적합한 단어를 조합, 채팅차에 다시 출력한다. 인공지능 스스로가 검증을 통해 학습을 강화하는 형태인 셈.
이런 특징을 가진 챗GPT와 기존의 음성 비서 역할을 수행 중이던 MBUX를 합쳐 단순히 사용자가 명령한 기능 수행만이 아니라 상황 별로 후속 질문 등을 하며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음성 기반 AI로 서비스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AI는 자동차 산업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기 때문.
현재 자율주행차의 최종 단계 기준인 '제약 없는 자율주행 단계' 혹은 그 아래 단계인 '도율 자율주행 외 운전자 개입 불필요' 단계에서는 AI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도로 인식을 넘어 장애물과 보행자 보호, 사람의 움직임,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지하고 스스로 제어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된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 판단이 가능한, 사고력이 있는 유연성 있는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구현해야 한다.
센서 제작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사고력 높은 소프트웨어, AI다.
현재까지 개발된 시스템으로는 차간 거리 유지, 속도 조절은 가능하나 안전과 기술의 문제로 유동적인 운전은 불가한 상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챗GPT 도입은 이런 면에서 향후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AI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스스로 사고하고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을 실주행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다만 챗GPT가 가진 정확함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사용자들에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미 챗GPT와 관련된 문제들이 다수 지적되어온 만큼 이번에도 해당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 것이란 우려다.
한편 이번 챗GPT 베타 프로그램은 미국을 대상으로 16일(현지시간)부터 약 3개월간 지속되며 수집된 음성 명령 데이터는 메르세데스-벤츠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익명화된 후 분석된다.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사용자는 '메르세데스 미' 앱 혹은 차 안에서 '헤이 메르데세스,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라는 음성 명령을 사용하면 참여할 수 있다.
[데일리e뉴스= 임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