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식음료 브랜드 네슬레사가 2030년까지 10억 스위스프랑(10억 달러) 이상을 지속가능한 커피 공급에 투입하겠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초기 밝혔던 목표액의 2배 이상인 규모다.
앞서 네슬레는 2050년까지 모든 커피를 지속가능하게 공급하겠다고 선언, 커피의 20%를 재생 농업 관행을 사용해 재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커피는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대표적인 작물 중 하나다.
지난해 스타벅스와 동서식품은 기후위기로 인한 원두 생산량 감소로 인해 8년 만에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커피 나무는 다른 식물보다 온도와 강수량에 유독 민감한 종이다.
약간의 온도 차에도 잎과 열매의 크기가 줄어들고 나무 자체가 금방 말라버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품종이다. 일반적으로 커피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연간 강우량 1200~1800mm, 온도는 15~25도를 유지하는 게 적정하다.
이외에도 커피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도 취약하다. 최종적으로 상품화가 가능한 원두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 삼림을 벌채해 자생이 가능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사실 기존 커피 재배 방식은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재배방식인 '셰이드 그로운(Shade Grown)'은 숲 속에 있는 다른 작물과 함께 커피 나무를 재배했다. 자연적으로 수분 증발을 막고 일교차를 덜어주며 잡초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열매의 밀도도 높았다.
다만 녹병에 걸릴 위험과 나무 마디가 길어지며 수확량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재배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대규모 커피 농장이 생겨난 것이다.
커피 농장은 당장의 커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었다.
주변 숲을 베어내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만들어진 커피 농장은 결과적으로는 기후위기를 가속화시켰고 이상 기후로 인해 오히려 커피 생산량을 대폭 감소시켰다.
대표적인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는 커피 녹병 발생이 늘고 2050년까지 기온이 2.5도 상승하며 커피 재배지역의 60%가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라질 역시 지난 2014년 가뭄으로 인해 작물의 3분의1이 피해를 입었고 향후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재배 적합지역이 감소하고 향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더라도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며 결과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반면 커피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1인당 연간 132잔의 커피를 소비하며 커피 수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량을 감안할 때, 2050년에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커피를 생산해야 안정적으로 커피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늘어나는 커피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커피농업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는 'AAA' 프로그램을 통해 커피협력공동체를 마련,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지역 농민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슬레 역시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 및 공급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목표로 토양 비료를 사용해 비옥도를 높이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농업과 간작물의 사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생 농업으로의 이행에 수반하는 리스크와 코스트를 부담하는 농가를 서포트하고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